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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이렇게 살지마라

며칠 전에 가까운 대학 선배에게 들은 얘기다. 지금은 대학 전공을 살려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선배지만, 제대하고 한때 어떤 냉동창고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나는 여태까지 살면서 해본 일 중  가장 힘든 일이 군대와 서점 일밖에 없어서, 냉동창고에서 일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건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했던 일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힘든 일이라 어림 짐작하며 들었다.

선배가 한 일은 그중에서도 지게차 알바였다고 하는데, 선배가 말을 시작했을 때 내가 짐작했던 것처럼 냉동창고 일은 무지 힘든 일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선배(형이라고 부르지만)의 얘기 중 기억에 남았던 것은 선배가 했던 일의 강도가 아니라, 선배가 그 일을 하고 있을 때 선배와 같은 일을 하고 있던 어른(선배가 그분을 뭐라고 불렀는지 기억이 안 난다…)이 선배에게 한 충고(?)였다.

“넌 이렇게 살지 마라”

그 어른은 선배에게 그런 말을 했던 것이다. 그 어른은 냉동창고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오신 분이었는데, 결코 쉽지 않은 냉동창고 일을 계속 해오시면서도 월급은 그다지 많지 않았고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일을 하셨다고 했다. 그런 분이 선배에게 그런 말을 충고로 전했던 것이다. 아마 그 말 뒤에는 생략된 말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살지만, 넌 아직 젊으니 얼마든지 다르게 살 수 있다. 그러니 다른 일을 찾아서 우리보단 더 낫게 살아라’라는 말이었을 것이다.

선배는 담담하게 이야기했지만, 난 그 어른의 말을 직접 듣지 않았으면서도 그 어른의 말이 참 아프게 들렸다. 그 말을 직접 듣지 않은 나에게도 그렇게 아프게 들렸는데 그 말을 직접 들은 선배, 아니 그 말을 선배에게 해야 했던 아저씨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째서 우리 사회는 그런 분들이 그런 말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을까. 왜 우리는 그런 세상을 만들었을까.

비슷한 이야기를 송경동 시인의 산문집 《꿈꾸는 자 잡혀간다》에서도 읽은 적이 있었다. 힘든 공사판 일을 하면서도 시 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송경동 시인에게, 같은 일을 하던 동료 형님(?)도 그와 비슷한 말을 했었다. ‘너는 이렇게 살지 말고 꼭 시인이 되어라’라고.

꿈꾸는 자 잡혀간다
꿈꾸는 자 잡혀간다
  • 저자 송경동 (지은이)
  • 출판 실천문학사
  • 발매 2011-12-12

제29회 신동엽문학상 수상시인 송경동의 첫 산문집. 앞선 두 권의 시집 <꿀잠>과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의 시들이 송경동 시인의 삶과 노동 현실을 축약한 형태라면, 이번에 출간된 <꿈꾸는 자 잡혀간다>는 이제껏 그의 시에서 볼 수 없었던 송경동 시인의 숨겨진 이야기를 엮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왜 그분들은 내 선배에게, 송경동 시인에게 자신의 마음도 아프게 하는 그런 말을 했어야 했을까. 사실 그 말은 그분들이 했어야 하는 말이 아니다.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갔다 온 전과자나 떳떳하지 않게 살아온 이가 잘못을 깨닫거나 말년에 이르러 자신의 자녀에게, 혹은 다른 이들에게 충고를 할 때나 해야 하는 말이 아닌가.

어째서, 떳떳하게 자신의 노동으로 땀 흘려 벌어먹고 사는 분들이 그런 말을 해야 하나. 그 일이 힘들어서? 아니다. 힘들어도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었다면, 육체노동자가 무시당하지 않고 당당한 한 사람의 기술자로 대우받고 월급 또한 적지 않은 선진국의 노동자였다면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테다. 그 말을 들으며, 그 이야기를 되새기며 여기에 적고 있는 이 순간 참 아프다. 하지만 아픈 것에서 끝나면 아무 소용 없으리라.

난 꿈꾼다, 그리고 간절히 소망한다. 땀 흘려 일하는 이들이 적어도… ‘넌 이렇게 살지 마라’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그리고 그 세상을 만드는 데에 내가 손톱만큼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