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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얼음

2021.08.07

<커피 얼음>

​오랜만에 아빠가 내가 사는 집에 오셨다
나는 뜨거운 물에 커피믹스를 타고
얼음을 둥둥 띄워 아빠에게 전해드렸는데
문득 어릴 적 일이 생각났다
부모님은 냉커피를 드실 때마다
내게 커피 얼음을 주시곤 했다
그러면 나는 커피 얼음을 먹으며
얼음에 흡수된 커피 맛을 간접적으로나마 맛볼 수 있었다
아직 커피를 한 번도 직접 마셔보지 않았던 그 시절
커피 얼음은 참 달콤했다
정말 정말 가끔 아이스 커피를 마실 때가 있다
하지만 그때와는 다르게, 얼음까지 먹지는 않는다
지금은 언제든지 내가 원할 때 먹을 수 있는데도

마음의 키

<마음의 키>

​어릴 때,
집에서 키를 쟀던 기억이 나
엄마는 내 몸을 벽에 붙인 채
책 한 권을 내 머리 위에 대고
볼펜으로 벽에 선을 그어 표시했었지
그리고는 줄자를 가져와
작년에 그어놓은 선과 비교하며
올해는 이만큼 더 컸구나 하고 말씀하셨지

​마음의 키를 잴 수 있는 자도 있으면 좋겠다
해마다 쑥쑥 자라고 있는지 아니면 멈춰버렸는지
그것도 아니면 계속 줄어들어 아예 난쟁이가 되어버렸는지
알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시를 쓰고 싶다

<시를 쓰고 싶다>

​시를 쓰고 싶다
김은지 시인의 시집
『고구마와 고마워는 두 글자나 같네』
를 읽으며 새삼 그런 생각을 한다

​태어나서 언제 처음 시를 썼을까
내 블로그를 보니까
내가 18살 때 쓴 자작시가 보인다
그 후로 평균 1~2년에 몇 번씩은 시를 써서
지금까지 마흔여섯 편이다

​하지만 단지 시 흉내를 냈을 뿐
분명 시는 아니다
행을 구분하고 연을 나눈다고
다 시는 아닐 테니까

​나는 언제쯤 진짜 시를 쓸 수 있을까
대학 시절 교양수업으로
시 창작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다
수업 듣는 학생들의 전공은 다양했지만
어쩐지 나를 제외한 모든 이가
다 시인 같았다

​시인은 만들어지는 걸까
아니면 태어나는 걸까
나는 후자라고 믿는다
처음부터 시인으로 태어난 사람이
시를 잘 쓰려고 노력하다 보니
진짜 시인이 된 게 아닐까

​그럼에도 언젠가는
다시 시 창작 수업을 듣고
그때는 합평도 받아보고 싶다
그러면서 시를 쓰고 고치다 보면
나도 시를 잘 쓸 수 있지 않을까

시를 쓰고 싶다
언젠가는 진짜 시를 쓰고 싶다

그리움이 쌓이면

그리움이 쌓이면

〈그리움이 쌓이면〉

​이따금 생각나는

이맘때면 더 생각나는

너 없는 하늘이
너 없는 시간이
하루하루, 한 달 한 달
한 해 한 해 쌓여간다
너 없는 시간이 쌓여가는 동안
내 그리움도 함께 쌓여간다
그리움이 쌓이고 쌓여
더 이상 쌓을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지면
나 그리움 밟고 올라서서
너를 만날 수 있겠지

너는 알고 있을까

<너는 알고 있을까>

너는 알고 있을까
내가 여전히
너와의 첫 통화를
그때의 대화를
기억한다는 것을

​너는 알고 있을까
내가 여전히
그때의 감정을
그때의 느낌을
기억한다는 것을

​너는 알고 있을까
내가 여전히
슬플 때나 기쁠 때나
종종 너를 생각한다는 것을

너는 알고 있을까
실은 아무 일이 없을 때에도
종종 습관처럼 너를 떠올린다는 것을

​너는 알고 있을까
내가 여전히
너를 그리워한다는 것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리워하리라는 것을
너는 알고 있을까
내게 네 이름은
그리움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