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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품

2016/08/20

에어컨이 ‘부의 상징’이던 시절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물론 지금도 에어컨을 틀고 싶은 대로 틀 수 있는 집은 드물겠지만, 예전에는 가정집에는 대부분 에어컨이 없었고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중학생 때만 해도 학교에선 천장에 달린 선풍기 바람과 부채로 여름을 나다가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에어컨이 설치된 학교에서 생활했던 것 같다. 에어컨을 들여놓기 전에 집에선 선풍기 두 대와 부채로 여름을 보냈는데, 집에는 언제 늘어났는지 모를 수많은 부채가 쌓여 있었다. (비싼 부채는 아니고 아마도 길에서 받은 부채일 거다.) 

집에 에어컨이 생긴 건 아마도 9~10년 된 것 같다, 물론 에어컨이 있어도 거의 틀지 않는 건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그런데 우리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나는 지금 지구온난화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에어컨을 포함해서 우리 삶에서 필수품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 (현대 사회의 필수품으로 지목된 대표 주자로 에어컨을 언급했을 뿐 에어컨이 필요 없다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내가 느끼기엔 문명이 발달해서 우리 생활에서 필수적인 것이 늘어날수록, 삶의 본질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삶의 본질이란 ‘단순하고 소박함’이니까. 

그런데 우린 정말 편리해지고 있는 걸까. 만일 그게 맞는다면, 편리함을 추구하는 게 문명 발전의 목적이 되고 있는 건 과연 옳은 방향일까. ‘무슨 헛소리냐. 그럼 너는 문명 발전을 거부하겠다는 거냐. 문명의 혜택을 다 누리고 살면서 별 이상한 소리 다 듣네.’ 하는 비난이 있을 것 같다.

사실 그렇긴 하다. 글만 이렇게 쓰지 나도 남들과 다를 것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그냥 삶이나 문명의 관성에 따라 살아가는 것보다는 잠시 멈추어 서서 의문을 품는 것도 때론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