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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없는 세상

‘4차 산업혁명’ 그리고 ‘노동 소멸’. 누구를 위한 혁명인가. 누구를 위한 노동 소멸인가. 물론 당장에 모든 일자리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겠지만, 일부는 새로 생겨나기도 할 터이다. 그러나 향후 노동시장에서 인간의 전체 비중은 크게 줄어들지 않을까. 현재로서는 그렇게 보인다. 

인류 역사에서, 극소수 특권층을 제외하고 인류가 노동을 하지 않고 살아간 적이 있었나? 내가 너무 보수적인지는 모르겠으나, 솔직히 걱정된다. ‘노동 없는 사회’가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혀 가늠할 수가 없다.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 아닌가? 물론 경험해보지 못했다고 해서 꼭 비관할 일은 아니지만, 섣부른 낙관은 위험하다. 까놓고 말해서 자본가들이 우리 좋으라고 인공지능에 투자하진 않을 테니까. 

노동이 소멸한 세상에서도 우리는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자존감을 지킬 수 있을까. (극단적인 상상이지만) 일부 노동자들만 남고 자본가들이 생산수단을 완전히 통제하게 되어도 민주주의는 괜찮을까. 국가에서 받는 기본소득으로 생존은 가능하지만, 대신에 모든 정치·사회적 권리를 박탈당하진 않을까. 

나는 노동 없는 세상을 바라지 않는다. 단지 모든 노동자들이 일한 만큼 대접받고 적절한 여가를 누릴 수 있기를 원할 뿐이다. 이런 꿈은 그저 공상에 불과할까. 

어떻게 하면 다가오는 파도에 맞서 우리의 삶을 지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파국이 아니라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할 수 있을까. 우리 세대는, 그리고 나는 우리가 맡은 시대적 과제에 적절한 해답을 찾아낼 수 있을까.

2018/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