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유시민 씨의 『국가란 무엇인가』를 읽고 있다. 원래 용산참사를 계기로 2011년에 쓴 책인데, 세월호 참사와 최순실 사태를 겪고 올해 1월에 다시 냈다고 한다. 이 책의 존재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읽은 건 어제가 처음이다.
내가 군대 가기 한 달 전에 ‘용산참사‘가 터졌다. 그때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에 『월간 말』지에서 그 상세한 전말을 읽고 우리 사회에서 난쏘공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난쏘공보다 더했다. 그 배경이 된 70년대의 박정희 시대나 그의 후계자 전두환 때도 용역을 이용했지, 공권력을 투입해 철거민들과 직접 대치하진 않았으니까.
용산참사에서, 가장 최근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와 최순실 사태에 이르기까지, ‘국가란 무엇인가‘하고 묻지 않을 수 없는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하긴 우리 현대사의 시작부터 그랬다. 제주 4.3사건, 반민특위 해산, 국민방위군 사건, 보도연맹 학살사건, 광주민주항쟁…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는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이 국가의 존재 이유에 의문을 던졌다.
그래, 그때는 독재정권이라서 그랬다고 치자. 그러면, 적어도 이른바 ‘민주화’ 이후에 들어선 다음엔 그러지 말아야 했다. 적어도 용산참사나 세월호 참사, 최순실 사태 같은 건 일어나서는 안 되는 거였다.

세월호 참사 사건 전까지만 해도 최소한의 믿음은 있었다. 이명박근혜가 아무리 나라를 말아먹고 있어도 그 정도까진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 치의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그건 정말로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정말로 이 나라가, 이 정권이 갈 데까지 갔구나! 정말로 밑바닥까지 보여주는구나 싶었다. 놀랍게도 아직 바닥이 아니었다. 최순실 사태를 예견한 사람이 몇이나 됐을까. 이제 정말 바닥이겠지.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만일 아직도 더 떨어질 곳이 있다면 더는 국가라고 할 수가 없다.
올해는 대선이 있다. 빠르면 봄이고 늦어도 12월엔 선거를 하게 된다. ‘선거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진작에 금지되었을 것’이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이나 투표 참여가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을 누르는 것과 같다는 지젝의 말처럼 선거가 무용하다는 말도 있지만, 나는 선거가 아주 무의미하진 않을 거라 믿는다. 본질에서는 그들의 말이 옳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이 보장된 유럽의 복지국가를 만든 것도 선거의 힘이 아니었던가.

훌륭한 국가는 우연과 행운이 아니라 지혜와 윤리적 결단의 산물이다. 국가가 훌륭해지려면 국정에 참여하는 시민이 훌륭해야 한다. 따라서 시민 각자가 어떻게 해야 스스로가 훌륭해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유시민, 『국가란 무엇인가』, 돌베개. 중에서…
- 저자 유시민 (지은이)
- 출판 돌베개
- 발매 2017-01-23
2011년 정의롭고 바람직한 국가가 무엇인지 모색하는 과정에서 <국가란 무엇인가>를 출간한 바 있다. 저자는 국가를 보는 여러 가지 입장이 있음을 좀 더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국가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유시민은 책에서, 훌륭한 시민은 훌륭한 국가를, 훌륭한 국가는 훌륭한 시민을 만든다고 말했다. 뭔가 순환논증 같긴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우리가 훌륭한 나라를 만들어야 우리도, 우리 자손들도 훌륭한 시민으로 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고 너무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훌륭한 나라는 하루아침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니 소걸음으로 천 리를 가는 마음으로 진득하게 가면 된다. 수십 년 독재정권을 무너뜨렸고, (통산) 1천만 탄핵 촛불을 밝힌 이 땅의 시민이라면 역량은 충분하다.
유시민은 이 책에서 동·서양의 여러 지식인의 주장을 전하며 우리에게 국가와 정치, 정치인에 관해 이야기한다. 어쩌면 『국가란 무엇인가』를 읽는 게 우리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