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소녀 시인이 쓴 시가 이른바 ‘잔혹 동시’로 논란의 대상이 되었지만 난 대학 때 교양수업으로 더 잔인한 내용의 현대시도 여럿 읽어본 터라 그 시가 전혀 놀랍지 않았다. 단지 그 시를 쓴 게 아이라는 점과 그 나이답지않은 조숙한 표현력이 놀라웠을 뿐이다. 게다가 이 소녀 시인의 엄마도 처음엔 시를 보고 놀랐지만 나중엔 자기 아이를 이해하지 않았나.
꼬마 시인의 시가 잔혹하다면 그것은 아이가 살고 있는 세상이 그만큼 잔혹하다는 뜻이라고 한 어떤 분의 페이스북 글에 공감한다. 아이를 탓할 것 없다. 그런 세상을 만든 우리 잘못이니까. 또 잔혹 동시가 문제라면 어째서 아이가 쓴 시만 문제가 되고 어른이 쓴 잔혹한 시나 영화를 놓고는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나. 꼬마 시인 보고 싸이코패스라는 사람들도 있는데, 난 성인 작가가 만든 잔혹한 영화나 시를 보고 작가가 사이코패스라고 말하는 사람을 아직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꼬마 시인이 쓴 시가 우리에게 충격을 준 이유는 아마도 아이는 천진무구해야 한다는 우리의 믿음 때문일 테다. 아이가 맑고 순진하게 자라려면 우리가 조금이라도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을 미숙아처럼 인큐베이터에 넣고 키울 수는 없지 않나. 어쩌면 다른 아이들한테야 세상이 아름다운 면만 있다고 선의의 거짓말로 잠깐 속일 수도 있겠지만 이 꼬마 시인처럼 시인의 눈을 가진 아이들은 그렇게 할 수가 없으니. 다행스럽게도 이 작은 시인은 세상의 잔혹한 면만 본 건 아닌듯하다.
세상 사람들에게 이른바 ‘잔혹 동시’라는 이름을 얻은 시에 가려진 다른 시들을 읽어보면, 작은 시인의 천재성에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시인은 정말 타고나는 거구나 싶다. 여러분, 이제 잔혹 동시는 잊어버리고 앞으로 이 작은 시인의 작가적 성장을 잘 지켜봐주시길. ‘잔혹 동시’ 논란으로 작은 시인의 작가적 성장이 피기도 전에 시들어 버리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