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 어느 날
‘인류학개론’ 수업시간에 한 편의 비디오를 보았다. 그 비디오는 아프리카 대륙의 한 부족의 성인식 모습에 대해서 다루고 있었다.
아프리카 대륙, 에티오피아 아무르강 유역에 살고 있는 한 부족에서는 우리의 전통 사회가 그러했듯이 성인식이 가장 중요한 행사(?)로 여겨진다고 한다. 때문에 성인식 날은 축제 분위기라고 하는데,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힘든 통과의례를 거쳐야 한다. 그중 막바지를 장식하는 것이 일렬로 세워놓은 소 네 마리의 등을 타고 넘어가는 것인데, 이것을 통과해야지만 성인으로 인정받는다고 한다. 그전에는 이름을 갖지 못하고 ‘당나귀’란 뜻의 ‘위클리’라고 불리는데 이때에 이르러 비로소 이름을 가진 사람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정말로 완전히 어른이 되는 것은 결혼을 한 이후라고 하는데… 우리의 전통사회와 닮은 점이 아닐까 싶다.
비디오에서 본 내용은 아니지만 우리와 가까운 나라인 일본에도 성년의 날이 있는데 1월의 두 번째 월요일을 성년의 날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날에는 20세가 된 남녀 청년들이 신사에 모여서 성인식을 치른 뒤 축하행사를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나는 올해 5월 19일(성년의 날)이 되기 사흘 전 내가 사는 지역의 시장과 도지사로부터 성년의 날을 축하한다는 편지를 한 통씩 받았다. 물론 나한테 개인적으로 보낸 편지는 당연히 아니고 나와 같은 나이에게 일괄적으로 보낸 편지였다. 나와 같은 나이를 가진 사람이라면 모두 이와 같은 편지를 받았을 것이다. 성년의 날은 말 그대로 성인이 되는 날이라는 말이다. 성인으로 살아가는 성인이 된다는 건 성인으로서 법적ㆍ사회적인 권리를 갖는 동시에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성년의 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 날이다.
물론,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때문에 우리의 전통사회에서는 성년의 날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기에 남자는 상투를 트는 관례를 하고, 여자는 계례를 올리는 등의 의례가 있었을 것이다. 오늘날 현대의 우리 사회에서는 많이 달라졌다. 다른 곳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대학가에서는 주로 대학 동아리를 중심으로 조촐하게(?) 나름대로의 성년의 날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성년이 된다는 거… 그건 어떤 의미일까? 성년의 날도 지났고 생일도 지나 만 19세가 되었으니 나도 성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나이만 먹었을 뿐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부모님의 지원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고, 학교도 다니고 있고, 달라진 게 있다면 합법적으로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실 수 있고,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고 영화를 볼 때 나이 제한이 없다는 그런 것이랄까. 변화가 없다. 분명 나이만 먹는다고 성인은 아니다. 직장을 가지고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된다는 말도 있지만, 그걸 다 했으면서도 몸은 성인이되 마음이 성인이 아니라면… 성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앞에서 살펴봤듯이 성인식이 그토록 중요하게 여겨졌던 이유는, 성인이 되면 아이로서 살아갔던 시절과는 분명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고, 또 그런 삶에는 책임감과 인내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인이라는 것은 가볍지 않은 무게를 갖추고 있는 것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나는 아직 성인이 되려면 아직 먼 것 같다. 비록 성년의 날도 지났고 만 20세가 되어 그전까지 갖지 못했던 여러 가지 권리들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지만, 전통사회에서 의미했던 그런 성인으로서 마땅히 갖추어야 할 책임감과 인내심을 갖고 있느냐라고 묻는다면 아직은 아니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언제쯤 나는 성인이 될 수 있을까. 비록 성년의 날이 지났다고는 하지만 나는 이름은 가졌지만 아직 하모르족에서 말하는 우클리(당나귀)와 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하모르족과 우리나라, 일본 그리고 글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세계 여러 민족들에서 치러졌던 성인식… 그 형태는 다르지만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의미를 새기며 세상을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