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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록문화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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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 사진 출처 : 주간경향

한국에서 기록물의 역사는 적어도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역사서는 고려 시대에 기록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다. 그리고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기록물은 단연 《조선왕조실록》이다. 어찌나 충실하게 잘 기록이 되어있는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을 정도다. 예나 지금이나 사극이 대부분 조선시대를 다루는 것도 그 시대의 기록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기 때문일 테다.

역사를 기록하는 관리를 동양에서는 ‘사관’이라 불렀는데, 조선시대의 ‘사관’들은 왕을 따라다니며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했다. 당시의 사관들은 정말로 철저하게 독립성을 보장받아서, 아무리 강력한 군주라도 실록에는 간섭할 수 없었다. 태종이나 세조 같은 왕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초(실록을 기록할 때 필요한 원고)’ 가 문제가 돼서 발생한 연산군 때의 무오사화를 제외하고는 어떤 왕도 사관의 기록에 간섭할 수 없었다.

조선시대 사관의 독립성을 잘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우리에겐 사극 덕분에 정말 친숙한 왕인 태종 때의 일이다. 태종실록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친히 활과 화살을 가지고 말을 달려 노루를 쏘다가

말이 거꾸러짐으로 인하여

말에서 떨어졌으나 상하지는 않았다.

좌우를 돌아보며 말하기를,

“사관(史官)이 알게 하지 말라.”

하였다.

《태종실록》 7권, 태종 4년 2월 8일 기묘 4번째 기사

사냥을 나갔던 태종이 노루를 쏘다가 말에서 떨어졌다. 창피했던 태종은 사관에게 전달하지 말라고 했지만 결국 그 사실이 만 천하에 알려졌다. 우리까지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토록 막강한 군주조차 기록에는 간섭할 수 없었다. 그 뒤를 이어 즉위한 세종은 《태종실록》을 보려고 했지만 영의정인 황희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국의 기록문화가 그 정도였다. 하지만 후손들은 선조들의 정신을 계승하지 못했다. 일제 때야 어쩔 수 없다지만,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하고도 노무현 정부 때에서야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했으니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역사기록에 각별한 애착을 지닌 지도자였기에 가능했다.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에겐 참으로 고마운 사람이 아닐 수 없다. 노무현 시대의 정부 기록에 관해 전가희 기록연구사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기록 관리를 공부하는 사람이나 그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노무현’은 이상향이다. 누군가는 그 이상향을 함께 누렸고 누군가는 그곳에 한 번 더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지금 누군가는 다시는 올 수 없는 일이라 잊자고 하기도 한다. 기록을 가장 잘 이해하고 그것의 관리에 대해서 전문가보다 더 전문성을 가졌던 기록대통령, 그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기록을 남겼고 이지원 시스템 등 그것의 관리를 위해 헌신했다. 그러나 그 때문에 고초를 당하기도 했다.

[기록의 힘]참여정부시대 기록관리 혁신을 살펴보다 / 경남도민일보 (2018.12.21)

다시는 올 수 없는 일이니 잊자니.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다. 후임 대통령인 이명박이 퇴임할 때 자신에게 불리한 기록물을 대량으로 파기한 전례가 있으니. 조선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어떻게 민주화 이후의 정부에서 그런 일을 벌일 수가 있을까. 또, 박근혜 정부 때엔 기록물 관리가 제대로 되었을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그렇다고 노무현 정부 때의 성과가 사라지진 않았다. 이 기사를 쓴 전가희 기록연구사가 기록연구사라는 직업을 얻은 것도 그때 만든 법 덕분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당시에 만들었던 이지원 시스템 역시 파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계승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멈추지 말고 더 나아가야 한다. 앞으로는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기록물 관리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대통령 마음대로 다음 정부에 특정한 기록물 이관을 거부하거나, 대통령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물을 파기할 수 있게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 때 부족했던 부분이 있다면 그 점을 보완하고 발전시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 참여정부 때의 기록물 관리 혁신을 돌아보자. 이가희 기록연구사가 경남도민일보 기사를 통해서 우리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자.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5848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