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석유문명이 정점을 지나고
기후변화와 생태재앙이 몰아쳐 올 때
식량수입도 석유수입도 불가능해지면
굶주린 도시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 박노해 시인, <도시에 사는 사람> 中에서...
2015.09.29
고딩 때 《녹색평론》을 처음 접한 후로 종종 이 시와 같은 생각을 한다. 우리가 아무리 부정하고 싶다고 해도, 우리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실제로 현실이 될 테다. 난 확신한다, 풍요의 시대는 머지않아 끝난다고.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풍요는 미래 세대의 몫을 끌어다 쓰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약자의 희생 위에서만 가능하다. 그러지 않는다면 현 세대의 지금과 같은 풍요는 불가능하다. 빌 게이츠, 워렌 버핏, 만수르 같은 엄청난 부자들이 존재하려면, 반드시 그 반대편에 극빈층들이 있어야 한다.
아시아의 선진 공업국, 서구 선진국들의 번영은 가난한 제3세계 국가의 존재 없이는 불가능하다. 현대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기본적으로 약탈 경제라고 생각한다. 워렌 버핏이나 빌 게이츠가 아무리 기부를 많이 해도, 서구 선진국들과 아시아의 선진 공업국들이 아무리 가난한 나라에, 3세계에 원조를 많이 해도 사회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도 영원할 수는 없다.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풍요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화석연료는 머지않아 고갈된다. 아니, 고갈되기 전에 현 세대를 위협할 생태 위기가 온다. 아니다. 이미 위기는 예전에 시작됐다,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할 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농경 시대로 돌아가자는 말이냐. 물론 아니다.
그러면 어쩌란 말이냐. 늦기 전에 대안을 만들어가야 한다. 나도 방법은 모른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고 믿고 싶다. 이 위기를 극복한다면, 어쩌면 산업 시대보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아무도 약탈 당하지도, 약탈하지도 않고 모든 존재가 서로 조화롭게 사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