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나이드는 늙어서 제자들로부터 “당신의 스승은 누구였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자기가 만났던 한 훌륭한 도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느날 여행 중에 사막에서 길을 잃은 주나이드는 어떤 도둑과 며칠을 함께 지내게 되었다. 매일 밤 도둑은 주나이드에게 말하곤 했다.
“자, 난 물건을 훔치러 갑니다. 당신은 여기서 쉬면서 날 위해 기도해 주시오.”
도둑이 돌아오면 주나이드는 이렇게 물었다.
“무엇이라도 훔쳤소?”
도둑은 말했다.
“오늘 밤은 실패했소. 하지만 신의 뜻이 그렇다면 내일 밤 난 또 다시 시도할 것이오.”
도둑은 결코 절망하지 않았으며 언제나 희망에 차 있었다. 여러 해를 명상과 사색을 계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에 가서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을 때면 주나이드는 늘 깊은 절망에 빠져 이 모든 어리석은 짓을 포기하려고 마음먹곤 했었다. 그럴 때면 그 도둑이 하던 말을 떠올리고서 주나이드는 수행을 계속할 수 있었다.
류시화,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 열림원 (72쪽)
로마의 대철학자 에픽테투스는 말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이 되어 가기를 기대하지 말라. 일들이 일어나는 대로 받아들이라. 나쁜 것은 나쁜 것대로 오게 하고 좋은 것은 좋은 것대로 가게 하라. 그때 그대의 삶은 순조롭고 마음은 평화로울 것이다.
류시화,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열림원 (118쪽)
류시화 시인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다. 내가 그를 알게 된 건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연설문을 모은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책 덕분이었다. 류시화 시인이 그 책의 번역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북아메리카 원주민을 포함한 제3세계 원주민의 정신세계를 다룬 책과 명상 서적을 다수 번역한 번역가이기도 하다. 류시화 시인은 본래 시인이지만 시보다는 명상 서적의 번역과 집필에 더 치중하는 것 같다.
류시화 시인이 번역자로 참여한 『무탄트 메시지』,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인생 수업』과 직접 쓴 『지구별 여행자』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류시화 씨가 쓴 시집은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하나밖에 안 읽어서 내가 그 점에 관해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그가 직접 집필하거나 번역자로 참여한 책을 봤을 때 그는 확실히 신비주의 성향이 다분하다.
그래도 내게는 상관없다. 인생이란 본래 신비와 경이로 가득 찬 세계인 것을. 그런 감성을 잃어버린 시대가 문제일 뿐, ‘신비주의’는 죄가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현실을 외면하진 않겠으나, 그렇다고 인생과 세상에 관한 신비와 외경심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나는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려 한다.
- 저자 류시화 (지은이)
- 출판 열림원
- 발매 2015-09-17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개정판. 인생의 목적이 무엇이며 '나는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 인도로 떠난 류시화 시인이 경험한 엉뚱하고, 기발하고, 웃음 넘치는 일화들. 시인의 눈과 마음으로 다가간 세상이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삶에서 무엇이 가장 소중한가를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