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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책임』 / 한홍구 #내가담은문장

이익은 통상적으로 자본가의 것이다. 이익을 많이 거둔 자본가들이 기분 좋다고 노동자들에게 시혜적으로 보너스를 주면 모를까, 영업이익은 노동자가 넘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제헌헌법은 그 이익을 노동자들이 ‘노나’ 먹을 권리를 신체의 자유, 신앙의 자유,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다.

(140~1쪽)

황숭흠에 따르면 노동자의 이익 균점으로 발전해갈 수 있는 구체적인 주장을 한 정치 지도자는 바로 이승만이었다. 이승만이 “자본과 노동이 평균 이익을 누리게 하자는 주장”을 “제헌국회의 헌법심의 중에서, 그것도 이익 균점권 논의에서” 한 것이다. 아무리 이승만이라 한들 국민생활의 균등한 보장을 추구하던 당시의 시대정신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141~2쪽)

제헌국회에서 가장 강력히 이익분배 균점권을 주장한 문시환에 따르면, 이미 여러 기업에서 기업가들이 이익의 분배를 솔선해서 실시하고 있었다. (중략) 노동자들이 공장을 운영하고 여러 사기업에서 기업가들이 솔선해서 노동자들과 이익을 나눠 갖는 상황이 이익분배 균점권으로 실현된 것이다. 사실 대한노총 출신 일부 의원들은 노동 4권을 넘어 노동자의 경영참여권을 포함한 노동 5권을 주장하기까지 했다.

(142쪽)


내가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이야기. 우파들만이 참여한 제헌국회였지만, 당시의 어떤 정치인도 ‘이익 균점권’에 반대하지 않았다. 당시의 정국에서 가장 오른쪽에 있었을 이승만조차도 찬성했을 정도니까. 이는 박정희가 집권해서 3공화국 헌법을 만들기 전까지 대한민국 헌법에 들어있었다.

민족주의 성향의 독립운동가들은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는 것을 국가 건설의 중요한 과제로 삼았다. 그들의 시도가 성공했더라면, 오늘날과 같이 자본이라는 야수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테다.

그랬더라면, 북유럽이 부럽지 않은 나라가 되지 않았을까.

역사와 책임 - 한홍구 역사논설
역사와 책임 - 한홍구 역사논설
  • 저자 한홍구 (지은이)
  • 출판 한겨레출판
  • 발매 2015-04-06

오늘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은 기시감을 이야기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1970년대와 과연 얼마나 다른가? 아니 1940년대, 1950년대와는 또 얼마나 다른가? 왜 부끄러운 역사는 극복되지 않고 반복되는가? 절망의 오늘을 견디는 이들에게 던지는 한홍구의 가슴 뜨거워지는 역사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