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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운 건 팔 할이 책이다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다

한때 항일운동을 했다가 친일파로 변절한 미당 서정주 시인이 자신의 시 <자화상>에서 위와 같은 구절을 남겼다면,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책이다.

한 달에 책값으로만 수십만 원을 쓰고 서가에만 수천 권의 장서를 가진 독서가들만큼 책을 많이 읽진 않지만, 그래도 내 정신적인 성장엔 책의 힘이 컸다.

아, 물론 나를 세상에 내보내주시고 돌봐주신 분은 부모님이고, 그다음으로 날 잘 챙겨준 사람은 우리 누나다. 그렇지만 내가 어느 정도 머리가 크고 난 후부터 내 인격과 세계관을 형성하게 해 준 것은 책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대학 이전까지 친구를 별로 사귀지 못했던 내겐 아무래도 책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지금은 절대적인 것까진 아니지만 여전히 그 비중이 크다.

내가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나는 가끔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