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을 시민으로 키워내는 것이 교양이다. 교양은 과시하거나 소장하는 것이 아니라 키워내고 품어내는 것이다. 교양은 지성과 감성으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사회와 커뮤니티를 품어낼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러므로 교양이란, 교양의 척도란, 사회가 개인을 시민으로 키워낼 프로그램에 관한 문제이다. ‘학력’과 ‘자본’에 비례해서 소장되거나 과시되는 것이 아니라 이 세계에 같이 거주하는 이들의 감응하는 능력이다.
아직까지 ‘세계의 장애인사’가 쓰여지지 않아서 단언하긴 어렵지만, 세계 최초의 장애인 단체는 바로 우리나라에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조선전기 시각장애인 독경사 단체인 ‘명통시’가 바로 그것으로, 그들은 정기적으로 이곳에 모여 독경을 연습하거나 나라에서 주관하는 기우제, 일식과 월식, 질병 치료 같은 행사에 참여하곤 하였다. 그래서 국가에서도 명통시에 건물을 제공하거나 이를 고쳐주고, 노비와 쌀을 내려주기도 하였다. 명통시는 당시 국가의 지원을 받는 엄연한 공적 기관이었던 것이다. (후략)
사료와 함께 읽는 장애인사. 역사 속 장애인은 어떻게 살았을까? 역사 속 장애인 관련 기록을 총망라한 책이다. 조선시대 역사와 문학 중에서 '장애인사'에 초점을 맞춰 연구해온 정창권 교수는 2005년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는 책을 펴내면서 그 후 장애인사 관련 자료를 계속 수집해와 이 책으로 묶어내게 되었다.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정말 우연한 기회였다. 내가 다니던 학교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동양고전 읽기> 프로그램에 강사로 초빙된 교수님 한 분이 소개해주셨던 것이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아마도 우리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시는 모 교수님이었던 것 같다. 우리 과 교수님은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분이기도 하여 강의를 주의깊게 들었는데 아마도 노자의 ‘도덕경’을 강의하시면서 강의 마지막에 잠깐, 이 책을 소개해주셨던 것 같다. 그래서 읽게 된 책이 바로 정치인류학자 피에르 클라스트르가 쓴 인디언에 관한 책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라는 책이었다.
이 책은 일반인 독자를 대상으로 한 책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저자인 클라스트르가 학술적 목적으로 쓴 책이었다. 그래서 원래는 전체 서평을 쓰려고 했지만 인류학 지식에 거의 문외한인 내가 자칫 책의 내용을 왜곡시킬 것 같아. 내가 읽은 책의 내용 중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 몇 개만 골라 소개해본다.
1. 원주민 사회에서 추장의 지위
어떤 인디언 부족에서는 추장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왜냐하면 추장은 다른 누구보다도 소유물이 적고 가장 초라한 장식물만을 지닌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모두 선물로 줘버리고 없는 것이다. (중략) 새로운 추장의 인기는 그가 얼마나 관대한가에 따라 결정된다. 때때로 반복되는 요구에 화가 난 추장은 ‘전부 바닥났어! 더 이상 줄 것이 없어! 누구든 내 대신 추장을 해봐라!’하고 소리친다.”
피에르 클라스트르,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 이학사, 41쪽.
원주민 사회에서 ‘추장’이란 결코 권력자가 아니었다. 클라스트르의 글에 따르면, 아메리카의 많은 원주민 사회에서 추장이란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부족의 봉사자에 불과했다.
물론 추장은 다른 부족민들보다 많은 부인을 거느릴 수 있었다. 또한 부족민 전체를 향하여 발언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며 그 자리를 자식에게 세습할 수 있는 특권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그가 행해야만 하는 의무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추장이라고 하여 부족민들에게서 물질적인 혜택(노동 면제)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 추장도 다른 부족민들과 똑같은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추장의 권위가 강한 사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잉카제국처럼 막강한 권력을 지닌 지도자를 지닌 사회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사례라고 클라스트르는 말한다. 그는 여기서 더 나아가 아메리카 원주민 사회에서 정치권력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보다는 오히려 ‘정치권력’의 형성에 대항하는 사회였다는 것이다. 마치 이 책의 제목처럼.
2. 원주민 사회의 경제생활
실제로 인디언들은 거의 일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굶어죽지 않았다. 그 시대의 연대기들은 하나같이 어른들과 아이들의 건강한 모습, 풍부하고 다양한 먹거리 등을 묘사하고 있다. 결국 여러 인디언 부족들의 생계경제는 모든 시간을 식량을 얻는 데 투여하는 고통스러운 것과는 전혀 다르다. 그들의 생계경제는 생산 활동에 주어진 시간이 매우 적다는 것과 관련된 것이다.(중략)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남자들은 4년마다 2달만 일했던 것이다! 나머지 시간은 남자들로서는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인 사냥과 어로, 놀이와 음주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들이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전쟁을 하는 데 쓰였던 것이다.
피에르 클라스트르,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 이학사, 240~1쪽.
선사시대 사람들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는 보편적인 편견이 있다. (물론 환경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항상 채집이나 사냥으로 먹을 것을 찾아다니며 겨우겨우 하루하루의 생계를 이어나가야 했던 짐승의 상태에 있었다고. 이를 학술용어로는 ‘생계경제’라고 부른다.
그러다가 신석기 시대에 농업혁명이 일어났고 잉여생산물이 생겨났다. 시간이 더 흘러 청동기 시대에 이르면 계급관계가 발생했고 나중에는 국가로 발전했다. 역사학에서는 그렇게 설명한다. 이는 전 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마르크스의 생각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의 저자 클라스트르는 그와는 다른 주장을 펼친다. 여전히 석기시대의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원주민 사회의 모습을 연구한 결과는 전혀 달랐다. 그들에게도 잉여생산물이 있었다.
그것도 매우 적은 시간(평균 4시간을)을 일하고도 필요 이상의 생산물을 획득했다. 그리고 남는 시간은 여가생활에 사용되었다. 오죽하면 책에 나온 어떤 학자가 구석기 시대가 ‘최초의 여가사회’였다는 말을 했을까.
3. 글을 마무리하며
앞에서 말했듯이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내가 학교에서 인문학 강의를 들었던 교수님에게서 소개받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원래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그들과 관련된 공부를 하는 인터넷 카페에도 가입되어 있고 책도 여러 권 소장하고 있다. 그런데 뜻밖에 교수님이 인디언에 관한 책을 하나 소개해주셨다. 교수님은 책의 내용 중 한 대목을 소개해주셨는데 그 내용이 바로 내가 글에서 소개한 ‘1.원주민 사회에서 추장의 지위’ 부분이었다. 그 대목이 너무 인상이 깊어 인터넷에서 주문하여 구입한 뒤 읽게 되었던 것이다.
역시 앞에서 얘기했던 내용이지만 난 인류학적 지식이 거의 문외한에 가까운 사람이다. 물론 학교 수업 중에 인류학 관련 수업인 ‘인류학개론’수업을 한번 들은 적이 있긴 하지만 그게 유일하다. 그것만으로 인류학에 대한 소양을 갖추긴 역부족인 건 물론이다. 때문에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소개하였는지 행여나 왜곡하여 전달하지는 않았는지 염려가 된다.
인터넷에 피에르 클라스트르가 쓴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에 대한 좀 더 친절한 소개를 담은 글이 있다면 그 서평을 참조해주었으면 좋겠다. 정치인류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엘 고어의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을 보았다. 엘 고어는 미국의 전직 부통령이었으며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지금의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와 함께 대통령 자리를 다투던 인물이었다. 그리고 낙선 후에는 정치인이 아닌 환경운동가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사람이다. (그는 이미 대학시절부터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했으며 대선 후보에 나서기 전에도 정치인으로 환경문제 관련 활동을 해왔다.)
엘 고어의 ‘불편한 진실’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그러나 외면 할 수 없는 환경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엘 고어 본인이 직접 출연한다.) 여기서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다큐 속에서 엘 고어가 보여주는 자연의 변화는 정말 충격적이다. 1970년의 눈으로 뒤덮인 킬리만자로, 그리고 빙하를 찾아볼 수 없는 킬리만자로, 그리고 과거의 알프스 모습과 현재의 알프스 모습 등… 놀라운 것은 상당히 짧은 시간에 그런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엘 고어는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가며 현재 인류의 위기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일임을 상기시킨다. 또한 구체적으로 그래프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기도 한다. 설명 과정에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깨뜨리기도 한다.
엘 고어는 다큐 속에서 여러 차례 강조하여 말한다. ‘환경 문제는 윤리적 문제다’라고… 그러나 나는 고쳐서 말하고 싶다.
환경문제는 생존의 문제다.
지구온난화로 수많은 동식물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동식물들이 사라진다면 사람 또한 있을 수 없다. 실제로 날로 심각해져 가는 자연재해 등으로 사람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
체로키 족 원주민 ‘구르는 천둥’은 말한다. “지구는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이며 하나의 인격체다. 사람이 자신의 신체를 존중해야 하듯, 지구도 존중해야 한다. 지구에 상처를 주는 것은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며,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사람과 지구는 하나의 유기체적 존재다. 지구는 사람 생존의 토대다. 돈도 명예도… 그 모든 것이 이 토대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만일 우리가 지구를 잘 돌보지 않는다면 우리 후손은 물론이고 우리 자신에게도 미래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그것이 단지 먼 미래의 일로만 생각되어 자신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도 날로 심각해져 가는 자연재해를 생각하면, 단지 후손이 아닌 우리에게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의 멸종이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단지 점진적으로 일어난다고 해서 위험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엘 고어가 다큐 속에서 재미있는 사례를 소개했다. 개구리를 넣었을 때 뜨거운 물에 넣으면 개구리는 위험을 감지하고 물에서 바로 뛰쳐나온다. 그러나 미지근한 물에 넣은 다음 서서히 물을 뜨겁게 하면 개구리는 그걸 느끼지 못하고 가만히 물속에 있는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자신 또한 이 개구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다르게 말해 현재 인류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형수와 같음이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 있는 사형수의 심정으로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작은 것이라도 실천에 옮겨 우리와 우리 후손의 미래를 살릴 것인가? 결론은 명확하다.
엘 고어가 다큐 속에서 제시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수고가 조금 들지만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는 일,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정치인에게 표를 주는 일,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 그리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이라면 환경운동에 직접 나서서 행동하는 일…
엘 고어가 다큐 속에서 말하듯… 우리가 행동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비관적이지만 우리가 작은 것이라도 실천한다면 그 미래는 바뀔 수 있다. 만일 아무리 우리가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다면 프랑스 혁명 등의 세계의 시민혁명이나 우리나라의 민주화운동은 모두 실패했어야 하고, 아직도 왕조시대나 독재시대에 살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라졌다! 실천하면, 행동하면 현실은 바뀐다.
이 글을 읽는 사람 모두에게 엘 고어의 다큐 ‘불편한 진실’을 권하고 싶다.
블로그 이사 작업 진행중입니다
안녕하세요. 하늘바다입니다. 현재 네이버 블로그(blog.naver.com/barosa22)에서 지금 이곳 워드프레스 블로그로 이전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수백 개의 글을 올리는 대작업이라 이사오는 데 1~2달은 걸릴 것 같습니다. 정식 오픈 뒤 네이버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안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