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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리뷰/독서 메모

웬델 베리의 광고산업 비판

우리 시대 소비자들의 규칙은 무분별한 지출이다. 자신이 지닌 힘, 능력, 책임감을 습관적으로 포기해버리고, 어디에도 쓸모없는 존재가 될까봐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지갑을 아무때나 여는 뛰어난 소비자가 된다.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권태로움, 무력감, 성적 무능함, 편집증에 대한 공포를 심어 줌으로써 ‘매혹적으로 포장된’ 것이면 무엇이든 구입하거나 좋아하도록 소비자들을 부추긴다. 광고산업은 바로 이런 원칙 위에 세워져 있는 것이다.

웬델 베리, 『소농, 문명의 뿌리』, 이승렬 옮김, 한티재 60-61쪽

소농, 문명의 뿌리 - 미국의 뿌리는 어떻게 뽑혔는가, 제15회 환경책큰잔치 2016 올해의 환경책
소농, 문명의 뿌리 - 미국의 뿌리는 어떻게 뽑혔는가, 제15회 환경책큰잔치 2016 올해의 환경책
  • 저자 웬델 베리 (지은이), 이승렬 (옮긴이)
  • 출판 한티재
  • 발매 2016-01-25

미국 보수 사상의 은사로 불리운 웬델 베리의 첫 저서. 저자가 지키려 했던 농적 가치와 그 구현자인 소농의 존재는 단순히 지나가 버린 과거의 것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실현되어야 할 가치와 역사적 주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독서노트] 동화 같은 이야기 『간디의 물레』 / 김종철

2017.04.10 읽음

로자 룩셈부르크가 감옥에 있을 때 읽은 책 가운데 조류의 이동에 관한 관찰이 담겨있는 이야기가 있었다. 유럽에서 철새가 이동할 계절이 되면, 새들은 스칸디나비아 북유럽으로부터 지중해를 건너 나일강까지 긴 여행을 해야 한다.

이 여행은 너무나 멀고 힘든 길이어서 독수리나 매와 같은 몸집이 큰 맹금류도 목적지에 도착하면 처음 며칠 동안은 거의 빈사상태로 되어 강변 모래밭에 엎드린 채 일어서질 못한다고 한다. 큰 새들이 이런 형편인데, 노래 부르는 작은 새들, 예를 들어 방울새나 미팅게일이니 하는 것들은 어떻게 이동할 수 있을까?

철새가 이동하는 계절이면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 즉 평소에는 먹고 먹히는 관계에 있는 맹금과 작은 새들 사이에 이때가 되면 하늘에서 휴전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작은 새들은 큰 새들의 등에 업혀서 멀고 먼 하늘을 날아가는 것이다.

간디의 물레 - 에콜로지와 문화에 관한 에세이
간디의 물레 - 에콜로지와 문화에 관한 에세이
  • 저자 김종철 (지은이)
  • 출판 녹색평론사
  • 발매 2010-06-11

저자가 8년 동안 격월간 '녹색평론'을 엮어내는 동안 틈틈이 쓰거나 말했던 기록들을 모아서 묶어낸 책으로 <간디의 물레>(1999) 개정판이다. 생태적, 인간적, 사회적 위기가 극한으로 치닫는 오늘의 현실에서, 생명과 환경문제, 산업 사회가 파괴하는 공동체와 인간다운 삶의 문제에 대해 진지하고도 깊이 있는 사유가 담긴 책으로 ‘종교적 깊이를 갖춘 문명비판서’라고 할 수 있다.

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어제부터 유시민 씨의 『국가란 무엇인가』를 읽고 있다. 원래 용산참사를 계기로 2011년에 쓴 책인데, 세월호 참사와 최순실 사태를 겪고 올해 1월에 다시 냈다고 한다. 이 책의 존재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읽은 건 어제가 처음이다.

내가 군대 가기 한 달 전에 ‘용산참사‘가 터졌다. 그때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에 『월간 말』지에서 그 상세한 전말을 읽고 우리 사회에서 난쏘공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난쏘공보다 더했다. 그 배경이 된 70년대의 박정희 시대나 그의 후계자 전두환 때도 용역을 이용했지, 공권력을 투입해 철거민들과 직접 대치하진 않았으니까. 

용산참사에서, 가장 최근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와 최순실 사태에 이르기까지, ‘국가란 무엇인가‘하고 묻지 않을 수 없는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하긴 우리 현대사의 시작부터 그랬다. 제주 4.3사건, 반민특위 해산, 국민방위군 사건, 보도연맹 학살사건, 광주민주항쟁…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는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이 국가의 존재 이유에 의문을 던졌다.

그래, 그때는 독재정권이라서 그랬다고 치자. 그러면, 적어도 이른바 ‘민주화’ 이후에 들어선 다음엔 그러지 말아야 했다. 적어도 용산참사나 세월호 참사, 최순실 사태 같은 건 일어나서는 안 되는 거였다. 

세월호
2014/06/21 직접 찍은 사진 (서울인 건 확실한데 자세한 위치는 기억이 안 난다)

세월호 참사 사건 전까지만 해도 최소한의 믿음은 있었다. 이명박근혜가 아무리 나라를 말아먹고 있어도 그 정도까진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 치의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그건 정말로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정말로 이 나라가, 이 정권이 갈 데까지 갔구나! 정말로 밑바닥까지 보여주는구나 싶었다. 놀랍게도 아직 바닥이 아니었다. 최순실 사태를 예견한 사람이 몇이나 됐을까. 이제 정말 바닥이겠지.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만일 아직도 더 떨어질 곳이 있다면 더는 국가라고 할 수가 없다. 

올해는 대선이 있다. 빠르면 봄이고 늦어도 12월엔 선거를 하게 된다. ‘선거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진작에 금지되었을 것’이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이나 투표 참여가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을 누르는 것과 같다는 지젝의 말처럼 선거가 무용하다는 말도 있지만, 나는 선거가 아주 무의미하진 않을 거라 믿는다. 본질에서는 그들의 말이 옳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이 보장된 유럽의 복지국가를 만든 것도 선거의 힘이 아니었던가. 

Two women casting their votes in an office during election day, focusing on diversity and civic engagement.

훌륭한 국가는 우연과 행운이 아니라 지혜와 윤리적 결단의 산물이다. 국가가 훌륭해지려면 국정에 참여하는 시민이 훌륭해야 한다. 따라서 시민 각자가 어떻게 해야 스스로가 훌륭해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유시민, 『국가란 무엇인가』, 돌베개. 중에서…
국가란 무엇인가 - 2017 개정신판
국가란 무엇인가 - 2017 개정신판
  • 저자 유시민 (지은이)
  • 출판 돌베개
  • 발매 2017-01-23

2011년 정의롭고 바람직한 국가가 무엇인지 모색하는 과정에서 <국가란 무엇인가>를 출간한 바 있다. 저자는 국가를 보는 여러 가지 입장이 있음을 좀 더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국가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유시민은 책에서, 훌륭한 시민은 훌륭한 국가를, 훌륭한 국가는 훌륭한 시민을 만든다고 말했다. 뭔가 순환논증 같긴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우리가 훌륭한 나라를 만들어야 우리도, 우리 자손들도 훌륭한 시민으로 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고 너무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훌륭한 나라는 하루아침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니 소걸음으로 천 리를 가는 마음으로 진득하게 가면 된다. 수십 년 독재정권을 무너뜨렸고, (통산) 1천만 탄핵 촛불을 밝힌 이 땅의 시민이라면 역량은 충분하다.

유시민은 이 책에서 동·서양의 여러 지식인의 주장을 전하며 우리에게 국가와 정치, 정치인에 관해 이야기한다. 어쩌면 『국가란 무엇인가』를 읽는 게 우리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독서노트] 저는 제 두 손을 자랑스럽게 바라봅니다 『소공인』 / 전순옥

2017.02.04 읽음

맞습니다! 바로 기술 덕분이지요. 제 기술로 정직하게 일해서 돈을 벌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릅니다. 사실 그동안 살아오면서 거짓말하고 남 속이며 제 잇속 차리는 사람들, 참 많이 봤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제 두 손을 자랑스럽게 바라봅니다. 정직한 손! 저는 감히 제가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게 돈을 버는 사람이라고 믿습니다. 순전히 제 기술로만 돈을 버니까요. (유홍식 수제화 명장)

소공인 - 전순옥이 만난 우리 시대의 장인들
소공인 - 전순옥이 만난 우리 시대의 장인들
  • 저자 전순옥, 권은정 (지은이)
  • 출판 뿌리와이파리
  • 발매 2015-05-29

의류봉제, 수제화, 가방, 액세서리, 주얼리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장인들을 인터뷰하고 책으로 묶어 냈다. 이 아홉 명의 장인들은 그가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창신동을 중심으로 활동한 11년과 국회로 들어온 3년 동안, 직접 만나서 그 진가를 발견한 이들이다.

어른으로 사는 일

이철수

예전에 판화가 이철수님의 책을 읽다가 〈책속의 한줄〉 어플에 메모해두었던 구절. 사람살이의 모습은 각기 다르지만, 보통의 삶이란 대개 이런 것이 아닐까. 잘 모르지만, 어른의 삶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부모님도 그렇게 사셨겠지. 그리고 나도 그렇게 살아야겠지. 그래, 욕심을 버리자. 피터팬도 아니면서 너무 오래 미련을 두고 있었어. 어쩌면 나, 이제야 어른이 될 준비를 시작했는지도 몰라.

2016/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