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24
80년대 한국의 노동문학을 상징하는 인물이 박노해라면, 우리 시대엔 송경동이 아닐까. 나는 그의 이름을 2011년,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알게 되었다. 희망버스를 기획한 인물 중 한 사람이 바로 송경동 시인이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내게는 시인이라기보다는 활동가로 먼저 다가왔다. 내가 읽은 송경동 시인의 작품은 산문집 『꿈꾸는 자 잡혀간다』 다음으로 이 책이 두 번째다. 그가 쓴 시집은 이번에 처음 읽었다. 이미 책이 출간된 해인 3년 전에 사 놓고 오늘에야 완독하니, 역시 책도 인연이라는 게 있나 보다. 아니 인연은 ‘사람 인’ 자가 들어가니 책연(冊緣)이라 해야 하나.
시집 『나는 한국인이다』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무척 의미심장한 제목이라 생각했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멀쩡한 자국민을 ‘비국민’으로 몰아 차별하거나 학살하는 일이 어디 한두 번 있는 일인지. 동학농민운동이 그랬고, 제주 4.3항쟁이 그랬고, 5.18 광주민주항쟁 때도 그랬고 용산참사가 그랬다.
그 외에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례가 있으리라. 한국만 그런가. 세계사에서도 끊임없이 일어났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을 테다.
그렇지만 이 책의 표제작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를 읽어보니 시인의 의도는 내 생각과는 다른 곳에 있었다. 그것은 작디작은 당파•민족주의•국가주의를 넘어 약자들 간의 연대와 투쟁을 역설하는 데에 있었다.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는 송경동이 피와 땀, 눈물(방탄소년단 노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로써 써내린 우리 시대의 이야기다. 강자에겐 너무나 관대하고 약자에겐 너무나 가혹한 세상에 대한 고발장이자, 처절한 투쟁의 기록이다.
‘서정시’만을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시’라고 하면 곱고 예쁜 것만을 노래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시집을 읽지 않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이 책을 꼭 읽겠다면, 읽으며 아마도 많이 아플 거다. 화도 많이 날 테고, 감성이 무척 예민한 사람은 (나는 흘리지 않았지만) 눈물을 흘리거나 우울감에 빠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송경동 시인이 독자로 하여금 좌절감을 안겨주려고 이와 같은 시집을 계속 내는 것은 아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순 없다고, 우린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사람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향해 우린 포기하지 말고 전진해야 한다고, 작은 힘이지만 모두 힘을 모아 같이 싸우자고 송경동은 우리에게 있는 힘껏 말하고 있다.
- 저자 송경동 (지은이)
- 출판 창비
- 발매 2016-02-22
창비시선 394권. 자본과 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에 맨몸으로 저항하는 처절한 삶의 현장에서 뜨거운 목소리로 희망을 노래해온 송경동 시인의 시집. 2016년 '창비시선'의 문을 여는 첫번째 시집이자 시인의 세번째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