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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세상 읽기

불편함

2016.07.24

불의한 시대엔 불편한 감정을 많이 느끼는 사람일수록 진실한 삶에 가깝게 살고 있다고 믿는다.

만일 어떤 이가 살아가며 전혀 불편하지 않다면, 그건 그 사람이 그만큼 진실함과는 먼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겐 아직 더 많은 불편함이 필요하다.

잠재적 가해자

다른 이들이나 집단에 잠재적 가해자로 지목받는 것은 불쾌한 일이지만, 누군가에게 언제든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하는 건 윤리적으로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누구든 나 아닌 다른 존재에게, 말이나 행동으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가해자가 될 수 있다. 무의식적인 가해라고 해도 죄는 죄다. 때론 무의식에도 책임을 지워야 한다. 나도 여기서 무관하진 않다.

나 또한 그랬을지 모른다. 아니 나 또한 그랬을 것이다, 다른 존재에게 무의식적인 가해를 했을 것이다. 운이 좋아 직접 가해는 하지 않았다고 해도 간접 가해는 했을 것이다. 상대가 직접 피해를 느끼지 않았다고 해도, 설령 그가 내 존재 자체를 모른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그것도 분명 죄니까.

생각해보니 `했을 것이다`가 아니라 `했다`. 나 역시 다른 존재에게 무의식적인 간접 가해자였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적이 종종 있다. 아마도 내가 깨닫지 못하고 자행한 가해가 더 많을 거다. 어쩌면 무의식적인 직접 가해자가 되었던 적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마 분명히 앞으로도 나는 그런 잘못을 계속해서 저지를 것이다. 나는 잠재적 가해자다. 악의가 없었다고 해서, 모르고 한 말이나 행동이라고 해서 면죄부를 받을 자격은 없다. 

내 안의 `잠재적 가해성`을 늘 자각하고 살아가겠다. 죽기 전까지 내가 잠재적 가해자에서 벗어나는 일은 아마도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최대한 죄를 적게 짓고 살도록 노력하겠다. 나의 말과 행동을 늘 돌아보고 점검하겠다. 알면서도 무심코 튀어나온 거라면 날 좀 더 단속할 일이고, 무지에서 비롯된 거라면 더 공부가 필요할 일이다. 알고 하든 모르고 하든 다르지 않다. 때론 무지도 죄다. 그래서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그랬던가, `늘 깨어있으라`고.

소비 자본주의

생각해보면 참 이상하지 않나. 소비를 많이 한다는 이유만으로 VIP나 VVIP 대우를 받는다는 건. 그리고 경제규모 세계 1위라는 건, 결국 지구의 자원을 세계에서 제일 많이 쓴다는 거 아닌가. (물론 인류의 자본주의가 그 덕분에 굴러간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다.)

자본주의란 빚으로 굴러가는 거라고 했었지. 은행이 자기가 가진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빌려줄 수 있고, 날마다 대출 광고가 쏟아져 나옴은 그 때문이라고 했지. 누군가는 빚을 내야 다른 누군가가 빚을 갚고, 돈도 벌 수 있는 세상이라고 했지.

빚으로 굴러가는 사회, 절약보다 낭비를 부추겨야 하는 사회, 없는 욕망도 어떻게든 만들어야 유지할 수 있는 사회, 이른바 ‘소비 자본주의’. ‘높은 경제성장률’이란 결국 후세가 써야 할 자원을 그만큼 많이 가불한 것일 뿐. 그런 사회가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을까. 지구의 임차인일 뿐인 우리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우리 세대가 지구를 떠나기 전에 인류가 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과연 있을까.

거대한 전환이 필요하다. 이건 거창한 사상이나 대의명분 같은 게 아니다. 본능적이고 절실한 생존 욕구다. 바꿔야 산다, 이 땅의 소비 자본주의를.

인간의 승부

2016.03.13

구글과 알파고는 애초에 이긴다는 확신을 갖고 이세돌과 승부를 신청했겠지만, 사람은 그런 존재가 아니지 않나. 확신이 없어도, 심지어 질 줄 알면서도 해야하는 승부가 있다. 승부가 이미 결정되었는데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지도 때론 필요하다. 때로는 패배가 승리보다 더 의미 있다. 패배가 꼭 새드앤딩이고 승리가 꼭 해피앤딩이 아닐 때도 있다. 그게 인간이라고 난 믿는다.

나무 같은 어른

김창완은 예전에 힐링캠프에 출연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어른이 된 후에도 완성되었다고 믿지 말고, 늘 멈추지 않고 성장하는 어른이 되라고. 채현국 선생은, 꼰대는 성장을 멈춘 사람이고 어른은 성장을 계속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가을동화에는 송혜교(극중 이름은 은서)의 아역으로 나온 문근영이 나무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드라마를 떠올리며 어른이란 ‘나무’같은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드라마에 나오는 나무의 의미는 다르겠지만)

나이가 들어도 성장을 계속하는 사람이 어른이라면, 어른이란 죽음이 가까워오기 전까지는 성장을 멈추지 않는, 나무와 비슷한 사람이 아닐까.

나도 언젠가는 꼭 나무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